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에 도입되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실제 의료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정확도 높은 진단을 제공하고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 활용도와 실질적인 효과, 그리고 새로운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의료진의 관점에서 본 AI의 판독보조 기능, 심리적 부담, 그리고 임상적 성과에 대해 집중 분석합니다.
판독보조로서의 AI 역할
AI는 특히 영상의학과, 병리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판독보조 역할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CT나 MRI와 같은 방대한 양의 의료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실제 의료진은 이 기능을 통해 일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판독 작업에서 AI가 먼저 이상소견을 표시해 주면, 의사는 그 부분을 중심으로 집중하여 검토할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의 사례에 따르면, AI 판독 지원 시스템 도입 이후 한 건당 판독 시간은 평균 20~30% 단축되었으며, 오진률도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AI가 초기 진단을 빠르게 제시함으로써,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빠른 결정이 가능해진 점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일부 AI 시스템은 과거 영상과 현재 영상을 비교하여 병변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추적 관찰에도 용이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러한 AI 보조 판독 기능은 특히 야간 근무, 인력 부족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의료진의 집중도 유지와 업무 분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AI 도입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
AI의 도입이 무조건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 많은 의료진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도 존재합니다. 첫째는 “AI가 내 진단을 대체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입니다. 특히 전공의, 젊은 의사일수록 AI의 도입이 본인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거나, 진료 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을 내비칩니다.
둘째로는 “AI의 진단을 믿고 따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법적·윤리적 부담이 있습니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토대로 진단을 내렸는데 오진이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은 결국 사람인 의료진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참고’로만 활용하되,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의료진에게 있다는 점은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 부족도 부담감을 가중시킵니다. 기존 진료 시스템에 익숙한 의료진에게는 AI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학습이 또 다른 업무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진료 흐름에 통합시키느냐입니다.
임상 현장에서의 실제 효과
그렇다면 의료진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AI의 효과는 어떨까요? 다양한 연구와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은 AI의 도움으로 진단 정확도 향상, 업무량 감소, 환자 만족도 상승 등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보조를 통해 폐암 조기 진단률이 15% 이상 향상되었고, 유방암 조기 발견률 또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특히 다빈도 질환이나 영상 소견이 미묘한 질환에서는 AI의 역할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영상의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I 활용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는 응답이 62%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활용이 어렵다” 또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20% 미만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단, 의료진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AI는 ‘도구’이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의 최종 판단과 통찰력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AI + 사람의 조화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교육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입니다.
의료진은 진단보조 AI를 통해 실제적인 업무 효율과 정확도를 체감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심리적 부담과 책임 문제, 기술 이해도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AI를 진료 환경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도록, 의료진 중심의 사용자 교육과 시스템 개선이 더욱 필요합니다.